전공의의 임금 문제는 더 이상 개별 병원의 선의나 개인의 협상력에 맡겨둘 수 없는 구조적 과제입니다. 병원마다 기본급에 큰 차이가 나고, 정해진 근무를 넘어선 초과근로에 대한 대가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현실이 실태조사를 통해 거듭 확인되었습니다. 흩어진 목소리로는 이 격차를 좁힐 수 없으며, 전공의가 하나의 교섭 주체로 묶일 때 비로소 협상의 무게가 생깁니다.
지난 1년간 이 변화의 토대가 빠르게 마련되었습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다수 병원에서 교섭단위 분리와 단체교섭을 이끌어냈고, 그 성과는 이미 실질적인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병원에서는 전 연차에 걸쳐 월급이 인상되어 고연차 기준 월 100만 원 이상, 연차가 올라갈수록 인상폭이 커지는 정당한 차등 구조가 자리잡았습니다. 통상시급을 축소해 최저임금 수준만 지급하던 병원에서는 노동청 진정을 통해 임금이 대폭 올랐고, 일방적인 임금체계 변경으로 삭감이 우려되던 병원들에서는 삭감을 막아내고 오히려 인상을 끌어냈습니다. 한 병원에서 쟁취한 기준이 다른 병원의 협상 테이블에서 근거가 되는 선순환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산별교섭입니다. 병원별 교섭은 각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협상력이 약한 병원의 전공의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이고, 같은 노동에 다른 처우가 고착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산업별 교섭은 전국 전공의가 공통의 기준을 함께 협상함으로써 병원 간 격차를 줄이고, 임금 인상의 효과를 모든 전공의에게 고르게 확산시키는 방식입니다. 개별 병원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전공의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 길의 중심에 서겠습니다. 협회가 축적한 정책 역량과 실태조사 데이터로 교섭의 근거를 마련하고, 전공의노조를 비롯한 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하며, 산별교섭이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어제의 성과 위에서, 오늘의 교섭을 더 넓히고, 내일의 임금 기준을 전공의 스스로 만들어가는 길을 앞장서 열겠습니다.
전공의는 의료 현장의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 피교육자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진료 업무에 밀려 교육에 몰입할 시간이 거의 확보되지 않습니다. 보호수련시간은 진료에 투입되지 않고 강의·발표·시뮬레이션 같은 핵심 교육활동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합니다. 2026 전공의 실태조사에서 전공의의 주당 평균 보호수련시간은 4.1시간에 그쳤고, 보호수련시간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28.0%에 달했습니다. 반면 행정·비진료 업무가 근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지도전문의의 교육시간 역시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보호수련시간을 핵심 의제로 끌어올려 왔습니다. 실태조사를 통해 보호수련시간의 부족과 계열별 격차를 수치로 드러냈고, 젊은의사정책연구원에서 ‘보호수련시간 보장을 위한 전공의 수련교과과정 개편’ 연구를 발주했습니다. 이 연구는 보호수련시간의 개념과 필요성을 정립하고, 내과계와 외과계 등 계열별로 어떤 형태의 교육이 필요한지 현장 수요를 조사하며, 각 수련병원이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운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영국 등은 이미 주당 일정 시간의 교육 전담 시간을 명시하고, 그 시간 동안 진료 공백을 메울 대체 인력과 지도전문의의 교육 시간을 함께 보장합니다. 보호수련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정해진 수련 기간 안에서 실질적인 역량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보호수련시간을 권고가 아닌 제도로 만들겠습니다. 연구 성과를 토대로 최소 보호수련시간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수련환경평가 항목에 반영하여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지도록 하겠습니다. 보호수련시간이 보장될 때 전공의는 비로소 충분한 교육을 받으며 역량 있는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진료에 가려진 교육의 가치를 되찾고, 그 질을 지키는 수련 환경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수련 기록은 전공의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요건입니다. 그 방식은 과목마다 제각각이며, 수기로 일일이 작성하거나 전산 시스템에 직접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근무 외 별도 시간을 내어 기록해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교육 통합플랫폼 구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 사업의 참여기관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통합플랫폼은 수련교과과정부터 평가, 면담, 이수 관리, e-portfolio까지 수련의 전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프라를 목표로 하며, 전공의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전문과목학회와 수련병원의 e-portfolio 및 수련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가 예정된 만큼, 조사 항목 설계와 결과 해석에 참여하여 전 과목의 실제 입력 부담과 현장 실태가 반영되도록 점검하겠습니다.
나아가 입력 항목을 최소화하고, 병원정보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에 입력된 정보가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하여 부담을 덜겠습니다. 기록이 또 하나의 행정업무가 되지 않도록, 간소화와 자동화를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전공의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려면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을 설립하여 전공의가 직접 의제를 발굴하고 연구로 풀어내는 독자적인 정책 역량을 갖춰 왔습니다. 단발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전공의 스스로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상설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보호수련시간 연구를 발주했고,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을 다룬 정책브리프를 발간했으며, 전공의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현장의 문제를 데이터로 드러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 연구 역량을 한층 확대하겠습니다. 기존 발주 과제에 더해 새로운 과제를 추가로 발주하고, 전공의가 주도하는 자체 연구도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정책브리프를 주기적으로 발간하여 현안을 꾸준히 짚고, 정책 포럼을 열어 연구가 논의의 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연구는 전공의의 권익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젊은 의사가 스스로 묻고 답하며 정책을 만드는 토대를 넓혀가겠습니다.